법령 근거
상속세 신고용 감정평가에는 어떤 조건이 붙을까요?
상속재산은 상속개시일, 즉 돌아가신 날 현재의 시가로 평가합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시가에는 실제 거래가격뿐 아니라 감정가격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아무 감정가격이나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행령이 몇 가지 조건을 붙여 두었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시점입니다.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을 평가기간이라고 하는데, 감정가액은 가격을 매긴 기준일과 감정평가서를 작성한 날이 모두 이 기간 안에 있어야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2항 (발췌)
제1항을 적용할 때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른 가액이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 이내에 해당하는지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날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며, (…)
- 제1항제2호의 경우에는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
두 번째 조건은 목적입니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것을 전제로 평가하는 등 상속세 납부 목적에 맞지 않는 감정가액은 시가에서 빠집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가목). 다른 목적으로 받은 감정서를 상속세 신고에 그대로 쓰기 어려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 번째는 감정기관의 수입니다. 원칙은 둘 이상의 감정기관 평균이지만, 기준시가 10억 원 이하 부동산은 한 곳만 받아도 됩니다(같은 법 제60조 제5항, 시행령 제49조 제6항).
신고기한도 함께 기억해 두세요. 상속세 신고는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67조). 그리고 이 평가액은 상속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은 상속받은 자산을 나중에 팔 때, 상속개시일 현재 이렇게 평가한 가액을 취득가액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세가 0원이어도 감정평가가 의미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목적별 비교
상속세용과 주택연금용, 무엇이 다를까요?
이제 질문의 두 번째 부분, 주택연금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을 받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상품입니다. 그러니 공사가 알고 싶은 것은 "돌아가신 날 이 집이 얼마였나"가 아니라 "지금 이 집을 담보로 잡으면 얼마인가"입니다. 출발점부터 다르죠.
공사 안내에 따르면 주택연금의 집값은 한국부동산원 인터넷시세, KB국민은행 인터넷시세, 공시가격, 공사와 협약을 맺은 감정평가업자의 최근 6개월 이내 감정평가액 순서로 정합니다. 신청인이 원하면 비용을 부담하고 감정평가액을 먼저 적용받을 수도 있습니다.
표로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 구분 | 상속세 신고용 | 주택연금용 |
|---|---|---|
| 알고 싶은 것 |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 | 가입 시점의 담보가치 |
| 기준 시점 | 상속개시일(평가기간: 전후 6개월) | 가입 시점(감정평가액은 최근 6개월 이내) |
| 감정기관 | 둘 이상(기준시가 10억 원 이하는 한 곳 이상) | 공사와 협약한 감정평가업자 |
| 가격을 정하는 방식 | 매매·감정 등 시가, 없으면 보충적 평가 | 부동산원 시세 → KB 시세 → 공시가격 → 감정평가액 순 |
| 나중에 미치는 영향 | 양도소득세 취득가액의 기준 | 월지급금 산정의 기준 |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3월에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그 집을 상속받아 2년 뒤에 주택연금에 가입한다고 해 봅시다. 상속세용 감정은 3월의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평가기간 안에 받아야 합니다. 주택연금은 2년 뒤 가입할 때의 시세나 그 무렵 받은 감정평가액이 기준입니다. 한 장의 감정서로 두 가지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례
나중에 다투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상속세도 안 나오는데, 나중에 집을 팔 때 다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 길이 아주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147 판결은 상속세가 0원으로 결정된 뒤 상속받은 토지를 판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세무서가 정한 상속재산 가액이라도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시가가 아니면 양도소득세 취득가액으로 무조건 쓸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보다 앞선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751 판결은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이라면 소급감정이라도 시가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판결을 '나중에 해도 된다'는 뜻으로 읽으시면 곤란합니다. 상속 당시 시가를 입증할 책임은 여전히 납세자에게 있습니다. 2025두32147 사건에서도 법원이 시가로 본 것은 소급감정가액이 아니라 상속 직후인 2015년 1월경 매매된 비교 대상 토지의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액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그 무렵의 자료를 다시 모으고, 소급감정의 신뢰성을 법원에서 인정받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다툴 길이 있다는 것과 다툼이 쉽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상속 직후 평가기간 안에 감정해 두는 편이, 몇 년 뒤 소급감정으로 입증하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실무 포인트
언제,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실제 순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달력에 날짜를 적어 두세요. 예를 들어 3월 10일에 돌아가셨다면, 평가기간은 그 전후 6개월이니 9월 10일까지이고, 상속세 신고기한은 3월 말일부터 6개월이니 9월 30일입니다.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9월 10일을 넘기지 않도록 일정을 잡는 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다음으로 집의 종류를 보세요. 아파트라면 같은 단지의 면적·위치·용도가 비슷한 다른 집의 거래가 시가로 잡힐 수 있습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제4항). 내가 예상하지 못한 가격이 시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해당 주택의 감정가액이 평가기간 안에 있으면 유사재산의 가액은 적용하지 않습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제2항 단서). 반대로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토지처럼 비교할 거래가 드문 경우에는 공시가격 수준으로 평가되기 쉽고, 그만큼 나중에 팔 때 양도차익이 커집니다. 감정평가의 실익은 이쪽이 더 큽니다.
세 번째로 두 세금을 함께 계산해 보세요. 상속재산이 상속공제 범위, 예를 들어 일괄공제 5억 원(같은 법 제21조)을 넘는다면 감정가액이 높을수록 상속세가 늘 수 있습니다. 상속세와 나중의 양도소득세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상속세 납부 목적의 감정평가 수수료는 그 감정가액으로 신고·납부하면 500만 원 한도로 과세표준 계산 때 공제된다는 점도 참고하세요(같은 법 제25조 제1항 제2호, 시행령 제20조의3).
네 번째로, 평가기간을 이미 놓쳤다면 다른 길을 확인해 보세요. 평가기간이 지난 뒤 법정결정기한(신고기한부터 9개월)까지의 감정 등은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습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제78조 제1항). 다만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마지막으로 주택연금은 따로 준비하세요. 가입할 때 공사 기준에 따라 시세나 공사 협약 감정평가업자의 감정평가액으로 집값이 정해집니다. 상속세용 감정과는 별개의 일정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근거
법령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 10. 7. 현행 기준 확인)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제2항·제5항, 제21조, 제25조 제1항 제2호, 제67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단서, 제2호 가목), 제2항(제2호, 단서), 제4항, 제6항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20조의3, 제78조 제1항
-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판례
-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147 판결 — 대법원 주요판결 게시 및 판결문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751 판결
공식 자료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예상연금조회(주택가격 산정 순서 안내) — hf.go.kr
- 국토교통부, 「2026년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2026. 8.) 제8편 '유형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변동' —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