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근거
상속받은 집의 취득가액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양도소득세는 판 가격에서 산 가격을 빼서 계산합니다. 그런데 상속받은 집은 돈을 주고 산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세법은 '상속받은 날의 가치'를 산 가격으로 보기로 정해 두었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발췌)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자산에 대하여 법 제97조제1항제1호가목을 적용할 때에는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부터 제6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평가한 가액(같은 법 제76조에 따라 세무서장등이 결정ㆍ경정한 가액이 있는 경우 그 결정ㆍ경정한 가액으로 한다)을 취득당시의 실지거래가액으로 본다.
그러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은 무엇일까요? 원칙은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입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시가에는 실제 거래가격뿐 아니라 감정가격도 포함됩니다(같은 조 제2항).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우면 공시가격 같은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봅니다(같은 조 제3항). 아파트는 같은 단지 거래가 많아 시가를 찾기 쉽지만, 단독주택이나 농지처럼 거래가 드문 부동산은 이쪽으로 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공시가격은 시세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해져 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낸 「2026년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를 보면, 2026년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 수준(현실화율)은 표준지 65.6%, 표준주택 53.9%, 공동주택 69.2%입니다. 이 수준의 금액이 나중에 취득가액이 되면 양도차익이 그만큼 크게 잡힙니다.
여기에 2020년 2월 11일 개정으로 위 조문에 괄호 부분이 들어갔습니다. 세무서가 상속세 단계에서 결정·경정한 가액이 있으면 그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본다는 내용입니다. 이 괄호를 근거로 과세관청은 "세무서가 이미 정한 값이 있으니 그것으로 끝"이라고 보아 왔고, 이번 대법원 판결이 바로 이 부분을 다뤘습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감정가액이 세법상 시가로 바로 인정되려면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이 모두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즉 평가기간 안에 있어야 합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49조 제2항 제2호). 몇 년 뒤에 받는 소급감정은 이 요건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급감정은 결국 법원에서 '믿을 만한 시가'로 인정받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판례
대법원은 무엇을 바꿨고, 무엇은 그대로 두었을까요?
이제 판결을 보겠습니다.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147 판결입니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에서 사건 내용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사건 개요 (대법원 2025두32147 판결문 기준)
| 구분 | 내용 |
|---|---|
| 상속 | 2014. 12. 3. 배우자 사망으로 부산의 농지(답) 1,064㎡ 상속. 상속세 신고는 하지 않음 |
| 세무서 결정 | 2015. 11. 24.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7,107만 5,200원 평가, 과세표준·세액 0원 결정 |
| 양도 | 2021. 11. 27. 2억 6,870만 원에 매도. 세무서 결정가액에 취득세를 더한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납부 |
| 경정청구 | 감정평가법인 두 곳의 감정가액 평균 1억 6,917만 6,000원을 취득가액으로 해 달라고 청구, 2022. 7. 4. 세무서 거부 |
| 결과 | 원심(부산고등법원 2024누21119) 원고 승소, 대법원 상고기각 |
세무서의 주장은 단순했습니다. 상속 당시 세무서가 정한 7,107만 원이 있으니,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그것이 취득가액이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따라가 보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납부할 상속세가 0원이면, 상속인 입장에서는 세무서가 정한 가액이 낮든 높든 당장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굳이 다투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몇 년 뒤 집을 팔 때 그 금액이 무조건 취득가액이 된다면, 납세자는 상속세 단계에서도, 양도소득세 단계에서도 그 금액을 다툴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재산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사실상 빼앗는 결과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습니다. 세무서가 결정·경정한 가액은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춘 시가로 인정될 때에만 취득가액이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납세자는 양도소득세 단계에서 상속 당시의 시가를 다시 주장할 수 있습니다.
숫자로 한번 생각해 볼까요. 위 사건에서 취득가액이 7,107만 원에서 원고가 주장한 1억 6,917만 원으로 바뀐다면, 취득가액이 9,800만 원 남짓 늘어납니다. 양도차익도 그만큼 줄어드니 세금 차이가 작지 않습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상속 당시 시가로 본 것은 원고가 낸 소급감정가액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2015년 1월경 매매된 비교 대상 토지의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액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면적 같은 일부 조건이 달라도 전체적으로 비슷하면 유사재산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도 함께 밝혔습니다. 그러니 "이제 소급감정만 받으면 된다"고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렇다면 소급감정은 소용이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751 판결은 거래가액이 없으면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가 될 수 있고, 소급감정이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감정을 믿을 수 있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실무 포인트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요?
판결 내용을 알았으니, 이제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기한입니다. 아무리 좋은 판결이 나와도 기한이 지나면 소용이 없습니다.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면 경정청구는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안에 해야 합니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발췌)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 및 제45조의3제1항에 따른 기한후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자는 (…) 최초신고 및 수정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 또는 경정을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 5년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세무서가 부과처분을 한 경우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심판청구 등은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해야 합니다(국세기본법 제68조 등). 신고를 했는지, 고지를 받았는지에 따라 따져야 할 기간이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두 번째는 실익입니다. 1세대 1주택 비과세(소득세법 제89조 제1항 제3호)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면 다툴 이유가 없습니다.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과 감정 비용을 먼저 비교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는 자료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보았듯이 가장 힘 있는 증거는 상속 무렵의 실제 거래입니다. 해당 부동산의 거래, 같은 단지나 인근의 비슷한 매매사례를 먼저 찾아보세요. 아파트처럼 거래가 많은 자산이라면 이 자료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습니다.
네 번째는 감정의 신뢰성입니다. 비교할 거래가 마땅치 않아 소급감정을 받는다면, 가격시점을 상속개시일로 정확히 잡았는지, 그 무렵의 거래사례와 당시 부동산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비교사례를 고른 이유와 보정 근거가 감정평가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결론 금액만 높고 근거가 빈약한 감정서는 오히려 신뢰를 잃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속세를 실제로 낸 경우는 따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납부세액이 0원이어서 다툴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상속세를 신고하고 납부한 사안에도 같은 결론이 나는지는 이 판결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근거
법령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 10. 7. 현행 기준 확인)
- 소득세법 제89조 제1항 제3호, 제97조 제1항 제1호
-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9항 (괄호 부분 2020. 2. 11. 개정)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제3항, 제76조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2항 제2호
-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제68조
판례
-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2147 판결 (원심 부산고등법원 2024. 12. 13. 선고 2024누21119 판결) — 대법원 주요판결 게시 및 판결문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751 판결
공식 자료
- 국토교통부, 「2026년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2026. 8.,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른 국회 제출 보고서) 제8편 '유형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변동' —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자료실